정월대보름 쥐불놀이 어릴적 추억 썰

2017. 2. 10. 15:08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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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이 정월대보름이다.

실시간검색어에 정월대보름이란 단어가 뜬다.

어릴적 추억들이 생각이 난다.

벌써 내나이 불혹이 넘었다. 어릴적 정월대보름은 참 즐거웠다.

 

 

 

내가 어릴적 80년대에는 시골이다보니 가로등이 지금처럼 많지 않았다.

동네에 하나 두개 있을까말까 했다.

그러다보니 밤이 되면 골목길은 참 어두워서 별빛이나 달빛이 아니면 칠흑같았다.

보름달이뜨면 정말 환하게 잘 보였다. 그땐 공기가 참 맑아서 그런지 더욱더 밝았던거 같다.

 

 

 

정월대보름이 다가와 오면 우선 준비해야 할 것들이 있다.

쥐불놀이할 깡통!!!

그때는 깡통도 구하기 힘들었다. 집안에 있던 깡통들은 죄다 고물장사주고 엿바꿔먹었기에. ㅎㅎ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에 쓰래기 매립지 같은 곳이 있었는데 그곳에 가면 깡통을 구하기 쉬웠다.

쉽게는 통조림통부터 아기 분유통같은 사이즈의 깡통들을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다.

 

깡통을 하나씩 구해서 집으로 가져와 열심히 못질을 한다.

왜? 쥐불놀이를 하려면 깡통안으로 바람이 잘들어가서 깡통안의 나무들이 잘타게 하기 위해서이다. 대못으로 깡통안에 통나무 하나 집어넣고 밖에서 열심히 못을 밖아 구멍을 내고 마무리로

철사를 깡통 양쪽으로 길게 메어 논다.

그리고 깡통 맨 아래에 불소시게 될만한 것들과 그 위로 장작을 쪼개거나 이런저런 나무들을 꽉 채워놓기만 하면 끝~~~

 

 

그리고 준비해야할 또 한가지가 있다.

바로 정월 대보름날 저녁에 불놀이할 나무를 해놓는 일이다.

친구들과 산에 올라가 잔가지들을 쪄다가 한아름씩 짊어지고 내려온다.

그리고 여자 아이들은 소나무 잎 '갈비'라고 불렸던 것들을 긁어서 온다.

이렇게 미리미리 준비를 해놓고 나면 정월대보름날 저녁이 기다려 진다. ㅎㅎㅎ

 

 

정월대보름 저녁 일직 동네 앞 논이나 아님 강가 옆에 모여서 불을 피워놓는다.

그리고 늘 해왔던 보름날 밥 훔쳐먹기...

언제 누구한테 배웠는지 모르겠지만 나 어릴적에는 밥훔쳐먹는 놀이가 있었다.

그땐 지금처럼 입식부억이 아니고 아궁이 부억집들이어서 부엌으로 들어가면

가마솥 안에 아주머니들이 친절하게도 오곡밥, 잡곡밥과 고사리, 묵나물(말린나물)들이 들어있다.

여러집 돌아서 오면 큰 그릇에 한가득이 된다. 고추장을 넣고서 맛있게 비벼먹는 비빔밥!!!

배부르게 먹고나면 이제는 쥐불놀이를 할 시간이다. ㅎㅎㅎ

 

준비해 두었던 깡통을 지펴놓은 불 안으로 넣어 놓으면 깡통안의 불쏘시게와 나무들이 불이 붙는다.

불이 붙으면 그때부터 열심히 돌리기만 하면 된다.

각자 안전거리를 두고 열심히 돌린다

처음에는 연기와 함께 작은 불꽃이 원을 그린다.

돌리고 돌리다 보면 대못으로 뚫어놓은 구멍으로 바람이 들어가 불이 잘 붙어서 금새 타오른다.

쥐불놀이를 할때 즉 깡통을 돌릴때 나는 소리가 지금도 귀에 선하다.

불이 잘 붙어서 돌릴때 나는 소리가 왜그렇게 듣기 좋던지 ㅎㅎㅎ

한참을 그 소리와 예쁜 불꽃에 빠져서 돌리다 보면 깡통안의 나무들이 거의 다 타고 작은 숯불이 된다. 이때를 위해서 기다려 지금까지 열심히 돌렸다.

왜냐하면 바로 깡통을 날릴 시간이기 때문이다.

깡통들 날려봤는가? ㅎㅎㅎ

 

깡통을 날릴때도 노하우가 있다. 너무 세게 날리면 깡통안의 숯불이 하나도 안떨어지고 그냥 깡통과 함께 떨어진다. 적당한 세기로 깡통을 날리면 깡통이 날라가면서 그 안의 숯불들이 빠져나와서 포물선을 그리며 불꽃들이 장관을 이룬다. ㅎㅎㅎ

아~ 이 글을 쓰면서도 그때 생각에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이제부터는 미리 지펴두었던 불이 어느정도 타고 그곳에 있는 숯불들을 깡통에 한가득 넣어서 다시 돌리기를 반복하다가 다시 깡통날리기~~~

이것들을 반복하다보면 어느새 밤이 깊어진다.

 

 

쥐불놀이하다가 논둑도 태우고 강둑도 태워먹고 ㅎㅎㅎ

어릴적 한두번은 불내본 기억이 있다..

 

나도 옆집 소여물로 사용할 짚더미를 홀랑 태워먹은 적이 있다. ^^

 

중학생 정도가 되고 좀 머리가 굵어지면 이것도 재미 없다. ㅎㅎㅎ

강가나 다리밑에 불을 피워놓고 몰래 먹던 술.. ㅎㅎㅎ

참 빨리 먹었다. 그때의 시골아이들은 뭐든 빨리 배웠던거 같다.

다리 밑에서 동네형들한테 얼차려 받고 맞기도 하고 같이 모여서 소주도 먹고 ㅎㅎㅎ

어느덧 시간이 흘러 불혹을 넘긴 나이가 되었다.

 

오늘은 더욱 어릴적 시간이 그리워지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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